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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9일
2분 분량

달빛이 어슴푸레한 밤, 혹은 둥글고 환한 밤, 석양이 기울고 땅거미가 다가들 무렵, 비가 사납게 퍼붓고, 바람이 모질게 불 때마다 아가씨는 노상 마구간을 주시하고 세월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이런 안타까운 심정을 한 번도 남에게 토로해 본 적이 없었다. 마구간을 지키던 그 소년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설사, 살아 있다손 치더라도 그 소년은 자기 집안과는 원수의 입장에 서게 되었으니, 이 잔혹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아가씨가 자기의 아름답고 찬란한 꿈을 실현시켜 볼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랴!

아가씨는 소년이 되돌아오기를 고대했다. 또 한편으론 돌아오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다. 아가씨는 항시 후회 속에 살아 왔다.

'내가 그 소년을 철저하게 살려 주었던들, 그의 원한이 다소나마 가라앉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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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말로 아가씨가 늘 바라고 있던 일이, 그리곤 걱정하고 근심하고 있던 일이 정말 닥쳐올 것만 같이 생각되었다. 스승이 하던 말로 미루어 보면, 거기에는 더욱 깊은 원구(怨仇)가 엉클어져 있는 듯이 생각되기도 했다.

'피바다를 이루고야 말 깊고 깊은 원한'

'쉽사리 풀어지기 어려운 원한'

그렇다면 장차 아가씨의 앞으로 닥쳐들 것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중대하고 끔찍끔찍한 시련이 아닌가? 그것이 애정이 될 것이냐, 혹은 영원한 원수가 될 것이냐?

판단할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잔인하고 혹독한 폭풍우가, 십중 팔구 아가씨가 노상 지니고 있던 아름답고 찬란한 꿈의 흔적마저 물거품처럼 꺼져 버리게 하고야 말 것 같았다. 그래서 아가씨는 목석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을 뿐이었다. 줄기차게 흘러 내려가는 강물 줄기를 넋잃은 사람 모양 멍청히 바라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