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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만 한 아가씨는 제 오라비가 잔인 무도한 짓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기의 부친까지 그런 인물이리라고는 절대로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스승님 !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 거짓말이 아니지."

"그러면 스승님께서 걱정스럽다고 하시는 것은, 그 신영시자란 사람이 원수를 갚으러 나타날까 해서 두려워하시는 거군요?"

"맞았다! 나는 일찍부터 왜 그런지 이런 예감이 들었다."

"모든 사정을 저에게 자세히 이야기해 주실 수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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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여승은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얘야! 그것은 너를 더욱 괴롭게만 할 것이다. 지금은 이야기하지말기로 하자. 나중에 네가 절로 알게 될 날이 있을 게다!"

아가씨는 자기 스승의 성미를 잘 알고 있었다. 늙은 여승은 무슨 일이나 남에게 주책 없이 이야기하기를 싫어했다. 그래서 그 이상더 추궁해 물을 수도 없었다. 아가씨는 가벼운 한숨을 내쉴 뿐이었고, 양미간에 가벼운 수심이 서리기 시작했다.

늙은 여승은 갑자기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운아! 내 한 가지 너에게 부탁할 말이 있다."

"만일에 나의 예감이 틀림없다면, 너는 앞으로 어떤 옛적 친구를 한 사람 만나 줘야 될 것이다."

"옛적 친구라니요?"

"그렇다. 바로 네가 일찍이 사지에서 목숨을 천안룸싸롱 천안풀싸롱 천안두정동룸싸롱 천안성정동룸싸롱 불당동룸싸롱져 준 그 사람 말이다."

아가씨는 한동안 곰곰 생각했다. 퍼뜩 깨닫는 바가 있어서 성급히 물었다.

"바로 마생말씀이시군요?"

늙은 여승은 히죽이 웃었다.

"오 년이란 세월이 흘러 갔는데도, 너는 아직도 그애를 생각하고있구나?"

아가씨는 갑자기 두 볼이 복숭아꽃처럼 발그스름해지고, 봉(鳳)같은 두 눈에서 이상야릇한 광채가 뻗쳐 났다. 몸을 비비 꼬면서 말했다.

"스승님은 그애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서 신영시자와 함께 나타났다는 말씀이신가요?"

"이 스승은 그런 예감이 든다는 것뿐이다. 만일에, 앞으로 그애와 나이가 비슷한 청년을 만나게 됐을 때에는 특별히 조심해서 봐야 한다! 그리고 정말로 마생이란 청년이 틀림없다면 필요할 때엔 그를 도와줘야 한다."

"그가 돌아와서 저의 아버님과 대결하게 되더라도 절더러 그 청년을 도우란 말씀이신가요?"

"그것은 네가 그때그때 사태를 약삭빠르고 현명하게 판단하기에 달린 것이다. 단지 너의 총명하고 대담한 지혜만이 이 끔찍한 원한관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 아미타불! 그러나 제발 나의 예감이 들어 맞지 않기만 바란다."

아가씨의 사과같이 야들야들하고 탐스러운 얼굴엔 한 조각의 희미한 부끄러움과 수줍음이 떠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미간에 감돌고 있던 가벼운 수심이 차츰차츰 짙어지기 시작했다. 아가씨는 이미 어떤 사리라는 것을 판단할 만한 나이에 도달했다.

스승의 말은 아가씨에게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과거지사를 추억케 했다. 아가씨는 자기의 장래에 대해 아름답고 찬란한 꿈을 꾸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꿈으로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현실이란 언제 끝날지도 모르게, 잔인하고 혹독한 것이다. 이런 아름답고 찬란한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아가씨는 한없는 쓸쓸함과 허전함과 안타까움을 느껴 왔을 뿐이었다.

오 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을 두고, 아가씨는 봉명루 누각 위에서 마구간을 내려다보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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