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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의복을 입은 아가씨와 초록빛 의복을 입은 계집종은 즉각에 무슨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보랏빛, 그리고 초록빛 광채가 번쩍하고 뻗치는 순간, 아가씨와 계집종도 늙은 부인의 뒤를 재빨리 쫓아서 대나무 숲속으로 몸을 숨겨 버렸다.

바로 이 순간에 한줄기 사람의 그림자가 질풍같이 빠른 속도로 뜰안으로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그 사람의 그림자는 몹시 조심조심하는 모양이었다. 단숨에 곧장 뜰로 내려서지 못하고, 담 가에 서 있는 한 그루 시퍼런 잣나무 가지를 발견해서 그 속으로 몸을 슬쩍 숨겨버렸다.

한동안 나뭇가지 위에 몸을 숨긴 사람은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뜰 전체가 죽은 듯이 고요하고, 인기척 하나도 들려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그 사람의 그림자는 냉소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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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흥!"

그리고 동시에 훌쩍 몸을 날려 담 안으로 내려서려고 했다.

그러나 뉘 알았으랴.

그 사람의 그림자가 담 한 모퉁이에 얼씬했을 때, 난데없이 뜰 안에 있는 대나무 숲속으로부터 누군지 냉소를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헤헤헤."

그 소리를 따라서 한줄기 새파란 광채가 화살처럼 뻗쳐났다. 쉭쉭 날카로운 바람 소리까지 일으키는 품이 무시무시한 힘의 소유자 같았다.

처음 이리로 달려들었던 그 사람은 몸에 절기를 지닌 인물인 모양이었다. 두 발로 담 모퉁이를 디디기도 전에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서 훌쩍 뒤집더니, 쏜살같이 빠른 속도로 되돌아가서 또다시 높직한 잣나무 가지 속으로 몸을 숨겨 버렸다.

그는 나뭇가지 속에 몸을 멈추고 새파란 광채가 발사되는 저편 담모퉁이를 노려봤다.

자신도 모르게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달빛 아래서 자세히 살펴보니, 방금 자기를 향해 쏘아진 새파란 광채는 특별한 비밀무기가 아니었고, 불과 수십 장의 대나무 잎새였기 때문이었다.

수십 장의 대나무 잎새가 가지런히 담모퉁이 푸른빛 바윗돌 위에 떨어져서, 그중 삼분의 이쯤 되는 잎새들은 아직까지도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다.

그 사람은 뜰 안에 숨어 있는 사람의 재간에 다소 놀라기는 했으나, 그다지 대수롭게 생각지 않는 모양이었다.

"흐흐흥!"

또다시 냉소를 터뜨리더니, 손을 뻗쳐서 잣나무 잎새를 한 옴큼 움켜잡아서 가볍게 아래로 뿌려 버렸다.

그 무수한 잣나무 잎새에서도 시퍼런 광채가 발사되면서, 곧장 저편 담 모퉁이 푸른빛 바윗돌 위에 있는 대나무 잎새 위에 화살처럼 꽂혔다.

그 새파란 광채가 지나쳐 가고 나자, 그 수십 장의 대나무 잎새들은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단 한 장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자기가 지닌 절기 중에서 대단치도 않은 한 가지 재간을 부려 본 셈이다. 그러나 뜰안의 대나무 숲속에서는 아무런 동정도 없었다.

아무도 이 침입자를 발견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되고 보니, 잣나무 가지 위에 다시 몸을 멈추고 서 있는 그 사람은 망설이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봉명장의 이렇게 많은 뜰을 자유 자재로 오락가락해도 한 놈도 내닫는 놈이 없다니, 괴상한 일이다.'

'용취암이 경계가 삼엄하다는 것은 뭣을 가리키는 말일까?'

'이곳이 정말 봉명장에서 가장 비밀에 속하는 장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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